우리는 지금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전에 신종플루도 겪어보았고 메르스도 겪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이 정말 최악입니다. 초반에만 하더라도 병원 들어오기전에 선별 절차를 통해서 감염자의 응급실 유입을 막을수 있을줄 알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오바해서 감염자를 막을려는 노력도 했었구요. 지금은 그냥 답이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책이 없습니다. 지금은 어떤 방법을 강구해도 잠재적 감염자가 병원에 오는걸 막을 수 없습니다. 그나마 일찍 응급실에서 발견해서 응급실을 폐쇄하는건 잘된 겁니다. 어떤 환자가 호흡기와 관계없는 증상으로 응급실 내원하여 입원했는데 정말 뜬금없이 코로나 환자였다 이런 일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접촉한 사람은 다 격리되고 있구요. 감염자가 응급실에 오면 어떤 일이 생기느냐, 당신이 정말 아파서, 위중해서 응급실에 왔을때 당신을 봐주는 의사, 혹은 간호사가 잠재적 감염자일 수 있습니다. 응급실은 일반적인 바깥환경과 다릅니다. 지금 기준으로 바깥에서는 마스크끼고 손 잘 씻으면 걸릴 확률이 낮다지만 응급실에서는 그래도 감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응급실은 이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의료진들 숫자도 모자라고 시설도 한참 부족합니다. 만약 감염자에 노출되어 의료진들이 자가 격리 들어가면 그 자리를 메꿀 사람들이 없습니다. 그래도 응급실은 환자를 봐야합니다. 원래 응급실은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위중하고 급하던 환자를 보던 곳입니다. 세상 모든 곳이 문 닫아도 응급실은 닫을 수 없습니다. 저도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는 가장입이다. 우리 아이에게 코로나를 옮기기는 싫습니다. 하지만 사명감 이런건 아니고 이 상황에서 맡고 있던 자리에서 도망갈 순 없습니다. 한가지 부탁 드리고 싶은건 경증으로는 응급실 방문을 삼가해주십시요. 이전에도 가급적 오지말라고했었고 그래도 오면 진료봐드렸지만 지금은 여유가 없습니다. 가벼운 발열이나 기침등은 일반의약품 먹고 보건소와 상의하시고 정말 급하면 119에 신고하세요. 그럼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안내해드릴겁니다. 119 출동 한번 할때마다 보통 레벨디 보호구 3벌이 소모됩니다. 급한 상황에서 판단하기 어려운걸 알지만 응급실을 살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
현직 응급의학과 전문의입니다.
반응형
반응형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