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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말 중고나라에서 구글 대리결제 22만원 사기당했었습니다.

일요일 자정쯤 입금했는데 입금이후 답변이 없더라구요.

만약 금요일이나 토요일이었다면 다음날 휴일이고 하니까 귀찮아서 

똥 밟은셈치고 넘어갔을수도 있었습니다.

 

근데 연락도 안받고 잠수탄 사기꾼한테 새벽내내 연락보내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할 생각하니 빡쳐서

바로 반차내고 서류 다 떼서 오전에 경찰서 접수까지 끝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수사관 배정되고 경찰관님한테 전화와서 사건 경위에 대해 말해줬구요.

이주쯤 지나서 사기꾼 잡혔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사기꾼은 27살 남자였습니다.

작년초 계획에 없던 아이를 낳게되고, 당장 애는 키워야되니 

이것저것 알바를하면서 생활비를 마련하다 사기를 쳤던거라고 하더라구요.

애가 7개월밖에 안되었고 내년초 결혼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수사관님이 지금 사기꾼이 합의를 하고 싶은데 제 연락처를 몰라서 연락을 못하고있다는데 

알려줘도 되냐고 여쭤보시더라구요.

그래서 알려주라고하니 바로 사기꾼한테 전화가 오더라구요.

몇주간 연락 받지도 않던 사기꾼이 경찰서에 한번 출두하고나니까 

바로 연락이 오네요?

 

사기꾼이 죄송하다고. 돈 돌려드리겠다고 하였습니다.

 

솔직히 그동안 맘고생한거 + 경찰서 왔다갔다 교통비 + 내 아까운 반차까지 생각하면 

원금 회수로 끝나선 안된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제 애낳고 내년에 결혼준비하는 사람이

한순간의 실수로 고작 22만원때문에 이렇게 비는걸보니 맘이 약해졌습니다.

 

그래서 내 돈이나 빨리 돌려받고 끝내자는생각에 마지막으로 수사관님한테 확인전화 드렸습니다.

이러이러해서 합의하고 끝내려고해는데 그렇게해도 되냐고 여쭤보니까


경찰관님이 "혹시 1번만 입금 하신건가요?"라고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그렇다고 대답하니까

제가 사기당하기 전후로 입금내역이 16개가 더 있다는 겁니다.

적게는 몇만원에서 많게는 몇십만원까지요.

 

사기꾼은 모두 정상적인 거래라고 주장하는데 경찰관님은 그것들이 사기의 흔적이 아닐까 싶어서 물어보신거더라구요.

근데 그 입금내역중 사기신고가 된게 저 1명뿐이라서 사실상 제가 합의해주면 수사가 이대로 끝나는거였죠.

 

제가 무슨 정의의 사도도 아닐뿐더러 당장에라도 내 돈만 돌려받으면 끝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경찰서가서 고소하기 귀찮아서 혹은 할 줄 몰라서 넘어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었습니다.

그 사람들도 얼마나 화나고 열받았을까요?

그리고 저 하나 합의하고 넘어가면 나머지 신고하지 않은 입금액들은 결국 사기꾼이 먹는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 날 하루 꼬박 고민한 끝에 일단 내 돈 돌려받기전에

다만 몇분이라도 더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중고나라, 번개장터부터해서 더치트까지 글을 남기고 또다른 피해자들을 모았습니다.

그 결과 피해자 4명을 더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역시 생각했던대로 워낙 소액이다보니 귀찮거나 or 할줄몰라서 고소를 하지 않았던 것이었죠.


그래서 그분들도 제가 다 알려드리면서 고소를 진행하였고

그 과정중 저희와는 별개로 또 다른 피해자들이 뒤늦게 고소를 하셨습니다.

 

차마 제가 그분들 피해금액에 대한 변제에 대해서는 뭐라 할 수가 없어서

각자 합의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하기로했습니다.

돈 몇만원에 몇개월동안 민사까지 이어가는것도 여간 귀찮고 신경쓰이는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어떤분은 합의하신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분들은 어차피 잊고 넘어가려고 한 돈인데 

지금와서 받아봐야 뭐하나 싶어서 꼭 처벌받길 원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들 엄벌을 원한다는 탄원서 제출을 마지막으로 사기꾼 번호 차단을하고

각자의 생활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몇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사건이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되었다느니

무슨 재판이 있다느니 문자가 왔었는데

그냥 별생각없이 넘겼습니다.

 

문득 어제 사건이 어떻게 흘러갔나 궁금해서 담당 경찰관님한테 물어보니

사기꾼이 감옥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잘못한건 맞지만 이런 소액사기 때문에 감옥에 갔다는 이야기는 의외였습니다.

 

알고보니 작년 3월 동종의 사기를 쳤던게 뒤늦게 들통나고

이번 사건까지해서 고소된 사건만 10건이 넘고 합의도 안되어서

각각은 소액에 불과했지만 징역형이 나와 감옥에 갔다고합니다.

 

27살 아니 올해 28살이 된 이제 1살된 아이를 둔 남자가

올해초 결혼식까지 준비중이던 사람이

지금 감옥에 있는거죠.

 

 

누군가에겐 인실X 후기일수도있고

또 누군가에겐 사이다 처벌일수도있지만

제가 누군가의 인생을 끝낸건 아닌가라는 생각에

마음이 싱숭생숭하네요.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freeboard&no=6809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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